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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호 소식지] YOLO, 홀로 오롯이 즐기는 여행

관리자 | 17-07-12 19:11


[제주모바일 2017 여름호 소식지]
" YOLO, 홀로 오롯이 즐기는 여행 "


                                   


                                  



갑자기 떠나고 싶어졌다. 관광지들을 돌고, 멋진 사진을 찍는 여행이 아닌. 그저 내 스스로의 시간을 즐기는 여행이 필요하다 느꼈다. 그랬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은 매일의 일과와 결합되어 번-아웃을 일으키고 있었다고 느꼈다.
 
그리고 찾아온 주말.
오후 세 시 까지 전화기의 불은 꺼질 줄 모르고. 왜 그렇게 처리해야할 일들, 전화들은 많았던지. 전화를 받으며 마음이 지쳐간다. 녹초가 되어간다.



문득,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캐논 400D. 10년도 넘은 구형 카메라.
시선을 돌리니 배낭이 보였다. 옷 한 벌 정도는 충분히 들어가는 배낭.
    
뭐 어쩌겠어. 지금 당장 전화를 하지 않아도, 전화를 받지 않아도. 배낭에 짐을 꾹꾹 우겨넣는다.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바지와, 티셔츠 하나.
그리고 나이키 슬리퍼 하나.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바다가 보고 싶었다.



오후 네 시. 시외버스 터미널. 가장 빨리 출발하는 버스를 보니 701, 동일주 노선. 귀에는 밴드 혁오의 ‘Surf boy'가 흐르고. 카드를 찍고, 버스에 탄다. 배낭을 옆 자리에 놓고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좋다. 마음에 든다.

터미널로 오는 길에 월정리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전화를 했다. 다행히도 빈자리가 남아있다고. 월정리로 정한 이유는 참 간단했다. ‘버스로 이동하기 편하고’, ‘근처에 편의시설들이 많으며’, ‘바다가 보인다.’는 이유.



한 시간여를 달려 월정리에 도착했다. 조금 걸어 월정리 해변으로 향한다. 목이 마르니 음료수도 하나. 아직 완전한 성수기가 아니어서 일까.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미리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하늘을 바라보니 슬슬 해가 질 무렵. 게스트하우스 내, 외부를 슬슬 구경하고. 괜찮은 자리를 탐색한다. 평소에는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평소, 헛헛한 마음 때문일까. 속이 텅 빈 것 같은 기분 때문에 휴일이 되면 집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게 된다. 밥을 먹고, 고기를 굽고, 술을 한 잔 하고, 뭐 그런 일 들.
 
그런데, 이 먼 곳에서. 오히려 식욕이 줄어든다. 많이 배고프지 않다. 근처에 해녀의 집이 있었다면 소라라도 조금 사왔을 것을, 해녀의 집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니 편의점으로 간다.
특별한 날이니 만큼, 평소에 마시던 소주는 별로. 싸구려 위스키와 맥주 두 캔을 산다. 바다가 보이는 탁자에 술상을 편다.



노래를 튼다. 메모장을 편다. 펜을 든다. 편육 한 점과 위스키 한 잔. 아주 좋다. 조니워커 레드라벨. 편의점에서 9,000원 하는 싸구려 위스키지만, 훅 들어오는 알콜향과 터프한 질감이 매우 만족스럽다. 그동안 꽤 오래 쉬고 있었지. 혼잣말을 하며 가사를 적는다. 재미있다. 재미있는 기분이다.

위스키를 얼추 마시고 맥주 캔을 딴다. 안에서 스탭 몇 명이 맥주를 마시고 있던 듯. 스탭들이 나를 부른다. 딱히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 비틀대며 들어가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은 어디가 예쁘고, 몇 달 후에는 이렇게 변하고. 그런 이야기들.



이야기들은 점차 깊어지고, 속에 있는 말들이 튀어나온다. 미러볼을 틀고 노래를 부른다.
처음 보는 사람들임에도 무척이나 즐겁다. 서로의 이름조차 모르면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맥주 캔이 점점 늘어간다. 눈이 돌아간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월정리 밤바다는 한치 배로 가득하다. 가로등, 한치배, 그리고 또 무엇. 밤바다의 바람은 생각보다 싸늘한 편이었다. 천천히 걸어가며 산책을 한다. 이어폰에서는 밴드 혁오의 ‘TOMBOY'가 나오고 있다. 아무 가게에나 들어가서 한 잔 더 할까. 아니다. 아서라.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을 더 사서 방파제에 앉는다. 맥주를 들이키며 밤하늘을 바라본다. 혼자지만, 충만하다.



아침이 밝고, 시간은 아홉 시. 평소보다 오래 잤으나, 아직 떨어지지 않은 숙취가 괴롭힌다. 샤워를 하고 밖에 나와 우유를 한 잔 쭉 마신다. 다른 조식들은 딱히 건드리고 싶지 않다.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샷은 하나 추가. 참 예쁜 카페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 ‘고래가 될이 있던 무렵의 월정리가 그리우나, 이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 파도치는 해변이 참 예쁘다.

여행도 아니지, 이건.’
속으로 잠시 웃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돌아가면 또 몇 가지의 일이 남아있을까. 이어폰을 끼니, 밴드 혁오의 'Tokyo inn'이 흐르고 있었다. 또 얼마의 시간이 있어야 다시 이렇게 나올 수 있을까. ‘시간을 버리는 여행이었으나, 만족스러운 기분.
기운 차리고 걸어가본다.